안동마라톤
오랜만에 풀코스 대회에 나섰다.
9월의 더위와 10시 출발, 그리고 악명 높은 업다운 코스까지 컨디션은 괜찮았지만, 대회 페이스 설정부터 고민이 많았다.
초반 6km 전까지만 서브3 페이스로 운영하고, 이후 업힐을 감안해 여유 있게 가자고 정했지만 막상 뛰다 보니 여름 훈련의 기억 때문인지 욕심이 조금씩 올라왔다.
하지만 6km 지점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언덕에서 바로 현실을 마주했다. 남산을 몇 바퀴 돈 걸로는 어림도 없었다. 기록 욕심은 서서히 사라지고, 주로를 오가는 응급차를 보며 “나도 그만둘까” 수백 번 생각했다.
25km쯤, 우연히 만난 4시간 페메 선생님 덕에 다시 페이스를 찾았다. 급수대마다 물을 끼얹으며 버텼고, 끝까지 함께해준 그분 덕에 완주할 수 있었다.
최종 기록은 3:50:05.
아마 내가 계속 마라톤을 하게 되더라도 2023 안동마라톤은 ‘최악의 대회’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