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성에 갇힌 우리 사회

2023-03-04 | 한국 사회에서 평등은 ‘모두 같음’으로 치환되고 있다. 진정한 평등은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한국사회, 여성에 불평등하다"…20대女 73% vs 20대男 29%

평등이 동일성으로 전환되었는가?

진정한 평등은 차이를 인정한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사회는 사람들을 모두 ‘동일하게’ 만들고, 그것을 평등이라고 착각한다. 이 논리를 한국 사회에 적용해 보면, 여성과 남성의 고유한 차이나 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같은 조건’을 부여하는 방식이 오히려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한국 사회의 남녀 갈등은 왜 심화되었는가?

한국은 짧은 시간에 법적 평등을 급속히 이뤘지만, 사회적·문화적 합의는 충분히 따라오지 못했다. 남성들은 “왜 여성만 군대에 가지 않고, 가산점을 받으며, 채용 시 우대를 받는가”라고 느끼고, 여성들은 “여전히 유리천장도 있고, 임금 격차도 심한데 왜 그것조차 인정하지 않는가”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현실적 조건을 무시한 채 “이제는 똑같다”라고 주장하면서 갈등은 더욱 커졌다.

여성우대 정책은 차이를 존중하는가, 제거하는가?

정책의 본래 목적은 성차별로 인한 불리함을 보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책이 ‘무조건적인 우대’처럼 받아들여지면, 실질적 평등보다는 역차별로 오해받기 쉽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기 때문에 평등하다”는 접근은 오히려 여성 고유의 경험과 조건을 지워버리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여성도 ‘남성화’되어야만 평등한 존재로 인정받는 꼴이 되고, 이는 진정한 해방이 아니다.

우리는 어떤 평등을 지향해야 할까?

핵심은 ‘비개성화된 평등’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는 평등’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 문제도, 동일한 틀 속에서 억지로 똑같이 만들려 하지 말고 남성과 여성이 겪는 현실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은 이 문제를 정쟁이나 분노로만 풀기보다, 더 많은 대화와 이해, 그리고 세대 간 관점 차이 조율이 절실한 시점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