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025-07-31 |

1

이게 생각보다 정신을 탈탈 턴다.
기존 코드를 보면 이걸 왜 이렇게 만들었지? 싶은데
가만 보면 나도 예전에 그렇게 짰던 것 같다. 뭐랄까, 과거의 나와 싸우는 느낌.
근데 상대가 나보다 더 지저분하게 싸운다. 졌다.

일이 많고, 정리가 안 되고, 새벽에 일어나서도 머릿속이 복잡하다.
요즘은 내 몸이 아니라 내 캐시가 뒤엉켜 있는 느낌이다.

2

어디선가 결국 사람이 전부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게 어떤 말인지 요즘 좀 실감한다.
같이 점심 먹던 사람이 사라지면, 의외로 하루에 웃을 일이 줄어든다.
어색한 공기가 하루에 10분쯤 늘어난다.

3

가끔은 내가 이 일을 진짜 좋아하긴 하는 건가, 싶은 생각도 든다.
근데 또 들여다보면, 나랑 잘 맞는 구석이 있긴 하다.
뭔가 수치로 딱 떨어지는 걸 좋아하고, 나만의 방식대로 구조를 정리해가는 일이 싫지 않다.
누가 정답을 알려주진 않아도, 덜 후회할 선택지는 항상 있는 것 같다.

4

읽다 만 책 속에선,
던져진 돌이, 자기 자신을 의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 날고 있다고 착각하는 모습에 대한 비유가 나온다.

요즘은 내가 뭘 원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주어진 일에 맞춰 하루하루 흘러가는 것 같다.
가끔은 내가 선택하는 건지, 그냥 던져진 건지 헷갈릴 때도 있다.

5

그 와중에 날씨는 덥다.
점심에 혼자 나와 볕 아래서 찍은 사진 한 장이 있다.
마지막으로 같이 밥 먹던 날.
밥은 맛있었고, 대화는 길었다.
그래도 괜찮은 기억 하나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