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크루가 미운 건, 러닝 때문이 아닐지도

2024-11-07 |

러닝은 혼자 하는 것이라는 정서가, 점점 더 분명한 반작용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의 고요한 수행이었던 러닝이 어느 순간 커뮤니티 활동과 자기표현의 장으로 변모하면서, 러닝크루에 대한 불편함과 반감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같은 러너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 혐오와 반감은 단순한 ‘길 막힘’이나 ‘민폐’가 아니다.

핵심은 ‘저 사람들은 진짜 러너가 아니다’라는 냉혹한 판단이다. ‘가짜’ 혹은 ‘러닝을 진지하게 하지 않는 자들’로 규정하는 것이다.

이 판단은 표면적으로는 ‘페이스가 느리다’, ‘훈련 강도가 낮다’는 식의 문제로 포장되지만, 실상은 ‘러닝이라는 진지한 행위에 대한 독점욕’과 ‘자기 정체성 방어’의 발로다.

러닝은 나만의 고통과 인내를 견디는 일, 나만의 속도로 한계를 넘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러닝크루의 ‘공공연한 자기 과시’와 ‘사회적 이벤트화’는 자존심을 건드리는 불편한 존재다.

더불어 ‘러닝’이라는 문화가 어느새 ‘자기표현’과 ‘커뮤니티 형성’의 도구가 됐다는 사실도 이들의 반감을 키운다. ‘내가 진심으로 하는 운동’이 ‘그들의 쇼’가 된 듯한 이질감,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이 소외되는 듯한 박탈감은 혐오의 핵심이다.

즉, 러닝크루 혐오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러닝에 대한 진지한 태도’라는 자기만의 기준을 지키려는 절박한 방어기제다.

결국 이 혐오는 ‘러닝’을 배경으로 삼는 사람들, 즉 ‘내가 생각하는 진짜 러너와 다른’ 그들을 향한 배제와 경계의 발현이다.

이 점을 인정하지 않으면, 혐오를 넘어선 ‘공존’은 불가능하다. 달리기는 이미 다양한 모습과 목적을 지닌 복합적인 문화가 됐다. 그 안에서 ‘진짜’와 ‘가짜’를 나누려는 태도는 자기 자신의 불안과 열등감을 확인하는 행위일 뿐이다.